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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쿠션당구

당구를 잘 치는 것보다 어려운 것, 내 실력을 인정하는 것

by feel4u1004 2026. 8. 10.

당구를 잘 치는 것보다 어려운 것, 내 실력을 인정하는 것

당구를 치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 내가 평소에 넣던 공인데 오늘은 자꾸 빠지고, 별것 아닌 공을 놓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자꾸 다른 이유를 찾게 됩니다. '오늘은 당점이 잘 안 먹네.', '테이블이 평소보다 길게 나오네.', '상대가 운이 좋았던 거야.'

저 역시 당구를 치면서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구를 잘 치는 것도 어렵지만, 내가 지금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말입니다. 점수가 올라가면 당연히 실력도 계속 좋아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26점답게 치다가도 어떤 날은 20점도 안 되는 것처럼 공을 놓쳤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못 친 이유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당구를 오래 치면서 알게 됐습니다. 실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내가 못 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잘 친 날의 내가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당구를 치면서 잘 되는 날의 기억을 참 오래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게임에서 애버리지가 잘 나오면 집에 돌아가면서도 그 장면들이 계속 생각납니다. 어려운 공을 성공시키고, 연속으로 몇 점을 이어가고, 상대가 생각하지 못한 공을 만들어냈던 순간들 말입니다. '요즘 내가 확실히 올라왔구나.' 이런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당구장에 가면 전혀 다른 내가 나타납니다. 초반부터 공이 하나씩 빠지고, 쉬운 공에서 두께가 틀어지고, 얇게 쳐야 하는 공은 두껍게 들어갑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당황합니다. '왜 이러지?' 조금 지나면 짜증이 납니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그러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방의 공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상대가 운 좋게 득점하면 괜히 억울하고, 내가 맞히지 못한 공은 테이블 탓을 하게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일입니다. 잘 친 날에는 그게 제 실력이라고 생각하면서 못 친 날에는 그것을 내 실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겁니다. 26점까지 올라오면서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0점에서 23점으로, 24점, 25점을 거쳐 26점이 되었을 때는 분명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랜 시간 연습하고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점수가 올라가니까 오히려 마음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쉬운 공을 놓치면 그냥 '아깝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렇지만 점수가 올라가면서부터는 그 한 번의 실수가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26점인데 이런 공을 놓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이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게임 초반에 몇 이닝 동안 공이 잘 풀리면 자신감이 올라갑니다. '오늘은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중반 이후 몇 개를 놓치기 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평소라면 충분히 기다렸을 공을 억지로 해결하려고 하고, 성공 확률이 낮은 공에 욕심을 내기도 합니다. 결국 스스로 무너뜨리는 겁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내 실력과 실제 게임에서 나오는 내 실력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친 날의 나도 나이고, 형편없이 친 날의 나도 나입니다. 어느 한쪽만 내 실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실력이 올라갈수록 '못 치는 나'를 받아들이기가 더 어려워졌다

당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못 치는 게 당연했습니다. 공 하나 넣으면 기분이 좋았고, 두 개 연속으로 성공하면 내가 당구를 잘 치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점수가 조금씩 올라가면 욕심이 생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20점에서 칠 때와 26점이 된 지금을 비교하면 분명 보는 것도 달라졌고, 공을 선택하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눈앞에 보이는 득점 가능성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다음 공의 위치와 수구가 어디에 남을지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실력이 올라갈수록 당구가 더 편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어려워졌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분명히 칠 수 있는 공이지만 성공 확률이 낮은 공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화려하지는 않아도 안전하게 득점할 수 있는 공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구를 치다 보면 욕심이 생깁니다. '이 정도는 쳐야지', '이 공도 못 치면 안 되지' 이런 생각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평소의 제 실력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을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았습니다. 득점에 실패하고 나면 또 생각합니다 '아, 조금만 더 얇게 쳤으면 됐는데'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공은 애초에 제가 꼭 시도해야 할 공이 아니었습니다. 득점 확률도 높지 않았고 실패했을 때 다음 배치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내가 그 공을 칠 수 있다는 사실만 생각했습니다. 이게 바로 내 실력을 인정하지 못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 실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나는 이 공을 못 친다'라고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내가 어떤 공을 잘 치고, 어떤 공에서 실수가 많고, 어떤 상황에서 흔들리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 그게 진짜 실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어려운 공을 성공시키면 '내 실력이 이 정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쉬운 공을 안정적으로 넣고, 위험한 공을 피하며,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선택을 반복해서 득점하는 것이 더 좋은 플레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당구는 결국 한두 번의 멋진 샷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게임이 아니니까요. 한 게임에서 내가 몇 번의 멋진 공을 성공시켰는지가 아니라, 몇 번의 불필요한 실수를 줄였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 실력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당구가 조금 편해졌다

요즘 당구를 치면서 제가 가장 많이 하려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이 끝난 뒤 변명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게임에서 지고 나오면 누구나 이유를 찾게 됩니다. '상대가 운이 좋았어', '내가 초반에 너무 못 쳤어', '테이블이 평소랑 달랐어'

실제로 그런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 계속 찾다 보면 정작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게임이 끝나면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오늘 나는 내 실력만큼 쳤나?' 잘 쳤다면 잘 친 대로 인정하고, 못 쳤다면 못 친 대로 인정하려고 합니다. 특히 못 친 날에는 더 냉정하게 생각해봅니다.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게임에서 졌다는 사실은 그대로인데, 오히려 마음은 편해집니다. 예전에는 지면 '왜 졌지?'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 내가 이 부분에서 부족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내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하니까 상대방의 실력도 인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대방이 잘 치면 괜히 운이 좋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대가 좋은 공을 성공시키면 그냥 '잘 쳤다'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못 친 것은 상대방 탓으로 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당구가 조금 더 재미있어집니다. 왜냐하면 패배도 연습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26점이라는 숫자가 내 모든 실력을 설명해 주는 것도 아니고, 어떤 날 형편없는 애버리지를 기록했다고 해서 내가 그동안 쌓아온 실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어느 날 1점대 애버리지를 기록했다고 해서 갑자기 내가 30점 짜리 선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치면 잘 친 만큼 인정하고, 못 치면 못 친 만큼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조금씩 줄여가는 것. 어쩌면 당구 실력을 올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특별한 시스템을 하나 더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좋은 날에는 여전히 기분이 들뜨고, 못 치는 날에는 여전히 속상합니다. 쉬운 공을 놓치면 화가 나고, 상대가 잘 치면 괜히 조급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감정이 생겼을 때 조금 멈춰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래. 오늘의 나는 여기까지구나'

그걸 인정하고 나면 다시 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순간부터 다음 단계의 실력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구를 잘 치는 것보다 어려운 것. 저는 이제 그것이 내 실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려운 일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저는 당구가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습니다.

잘 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내가 어떤 선수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

그것이 결국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한 첫 번째 연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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