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8월, 제가 사는 지역에 새로운 당구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3쿠션 전용 당구장으로 대대 10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넓은 휴게 공간과 쾌적한 환경까지 갖춘 곳이었습니다. 오픈식에는 남자 PBA 2부 리그에서 활동하던 동생이 당구장 운영 실장으로 참여했고, LPBA에서 활동하는 최혜미 선수와 최연주 선수가 초청됐습니다.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프로 선수와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자리였습니다. 저 역시 그날 최혜미 선수와 짧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한 게임을 치르게 됐습니다.
새로 문을 연 브레통 당구클럽, 오픈식부터 특별했다
제가 사는 지역에 새로운 대대 전용 당구장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조금 관심이 갔습니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 3쿠션 전용대만 갖춘 당구장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곳은 처음부터 대대 전용 구장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습니다. 무려 10대의 당구대가 들어섰고, 당구대 사이 공간도 여유가 있어 답답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당구를 치다가 잠시 쉬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휴게 공간까지 잘 마련되어 있어 기존의 당구장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오픈 식 날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당구클럽을 찾았습니다. 단순히 새로 생긴 당구장을 구경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날은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당구장을 운영하는 실장이 남자 PBA 2부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오픈 기념으로 LPBA에서 활동하고 있던 최혜미 선수와 최연주 선수를 초청한 것이었습니다.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프로 선수와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TV나 인터넷 중계 화면을 통해서만 보던 선수와 실제 당구대 앞에 마주 앉아 큐를 잡는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프로 선수와 한 번쯤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선수와 게임을 한다고 해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실제 프로 선수의 공을 가까이에서 보고, 어떻게 게임을 운영하는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최혜미 선수와의 15점 단판승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기회가 되어 저는 최혜미 선수와 15점 단판승부를 하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 신기한 경험입니다. 평소 당구장에서 동호인들과 게임을 하는 것과는 시작부터 느낌이 달랐습니다. 상대방이 TV에서 보던 프로 선수라는 사실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금 긴장도 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큐를 잡고 게임을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구대 앞에서는 결국 내가 공을 보고 판단하고, 두께와 당점을 정하고, 스트로크를 해야 했습니다. 상대가 프로 선수라고 해서 내가 압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게임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최혜미 선수를 상대로 15대 6으로 승리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다시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고 해서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날은 저에게 운도 많이 따랐고, 최혜미 선수 역시 오픈식에 참석해 많은 사람들과 계속해서 게임을 해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여러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집중력 면에서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결과를 두고 제가 프로 선수를 이겼다고 자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운과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던 특별한 한 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구에서는 실력이 절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한 게임 안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합니다. 좋은 공이 나오는 날도 있고, 평소라면 놓칠 공이 들어가는 날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잘 치는 선수라도 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날의 15대 6이라는 스코어는 저에게 승리의 기쁨도 줬지만, 동시에 당구라는 스포츠의 또 다른 면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실력 차이가 있다고 해도 한 게임 안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구가 재미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은 스코어보다 최혜미 선수의 플레이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TV 화면으로 볼 때와 실제 당구대 앞에서 볼 때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공을 바라보는 시선과 준비하는 과정, 큐를 움직이는 동작, 그리고 어려운 배치를 만났을 때 서두르지 않고 해결 방법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 선수와 직접 쳐보니, 스코어보다 더 값진 것이 보였다
제가 최혜미 선수와 게임을 하면서 가장 관심 있게 본 것은 경기 운영이었습니다. 동호인끼리 게임을 할 때는 어려운 배치가 나오면 어떻게든 득점부터 해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럴 때가 많습니다. 조금 어려워 보여도 일단 공격적인 선택을 하고, 잘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다음 공을 생각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프로 선수는 어려운 공을 대하는 방식부터 조금 달랐습니다. 당장 득점할 수 있는 방법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의 흐름과 다음 상황까지 생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같은 배치를 보고 있어도 제가 보는 것과 선수가 보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트로크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TV 화면으로 선수들의 스트로크를 볼 때는 그냥 부드럽게 친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보니 왜 프로 선수의 스트로크가 안정적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불필요하게 큐를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두께와 당점을 정확하게 실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차분했습니다. 저에게는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레슨이었습니다. 당구 실력이 올라갈수록 어려운 기술 하나를 더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신이 선택한 공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실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어려운 배치가 나왔을 때의 태도였습니다. 동호인들은 어려운 공이 나오면 순간적으로 당황하거나 '이 공은 어렵다'는 생각부터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많습니다. 그런데 프로 선수는 어려운 배치를 만나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 방법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듯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저 역시 게임을 할 때 조금 더 차분하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구는 단순히 공을 잘 맞히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어떤 공을 선택할 것인지, 실패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다음 공격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하는 스포츠였습니다. 무엇보다 프로 선수와 직접 한 게임을 해보면서 제가 평소에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경기 운영이 중요했고, 어려운 공일수록 기술보다 판단이 먼저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의 경험이었지만 평소 당구장에서 혼자 연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배움이었습니다.
최연주 선수와의 게임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사실 그날 저는 최연주 선수와도 한 게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LPBA에서 활동하는 또 한 명의 프로 선수를 실제 당구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이 오픈식에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 신청을 했고, 정해진 일정과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최연주 선수와는 게임을 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아쉽기는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최연주 선수와도 게임을 했다면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같은 프로 선수라도 경기 스타일이나 공을 풀어가는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최혜미 선수와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당구를 치는 사람으로서 언제 프로 선수와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겠습니까. 대부분의 동호인들에게 프로 선수는 TV 화면이나 유튜브 영상 속에서 만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그런 선수를 실제 당구대 맞은편에서 만나 큐를 잡고 공을 주고받았다는 것 자체가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프로 선수와 한 게임을 했다고 해서 제 실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것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선수의 스트로크를 가까이에서 보고, 공을 선택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어려운 배치를 풀어가는 모습을 직접 본 경험은 인터넷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당구를 오래 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승패와 점수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몇 점을 쳤는지, 애버리지가 얼마였는지, 상대에게 이겼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특별한 경험을 통해 당구를 처음 좋아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당구는 잘 치는 사람만 즐기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며, 때로는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저에게 작년 8월 브레통 당구클럽 오픈식에서 최혜미 선수와 치른 한 게임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프로 선수와 직접 당구대를 마주하고 느꼈던 긴장감, 공을 바라보던 순간들, 그리고 짧은 게임 속에서 배웠던 것들은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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