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다니는 당구장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옵니다. 20점대부터 30점대까지 실력도 제각각이고, 당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도 있고 오랫동안 당구를 쳐온 분들도 있습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당구장에서 공을 치고 있지만 사람마다 당구를 배우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참 많이 다릅니다. 저도 당구를 다시 시작한 지 이제 2년이 조금 안 되어갑니다. 처음 진양당구클럽에 왔을 때만 해도 3쿠션 전용대에서 공을 제대로 쳐본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30년 가까이 당구를 쉬었던 터라 예전에 4구를 치던 감각만 조금 남아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20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26점까지 올라왔습니다. 물론 아직 저보다 훨씬 잘 치는 분들이 많고 저 역시 경기에서 실수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제가 누군가의 실력을 평가할 만큼 잘 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당구장에서 여러 사람의 경기를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재미있는 공통점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 분들에게는 비슷한 모습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구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외로 배우는 자세와 연습하는 습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잘 치는 사람에게 궁금한 것을 잘 묻지 않는다
당구장에는 나보다 잘 치는 사람이 항상 있습니다. 저 역시 제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잘 치는 분들에게 물어봅니다. "형님, 이런 배치는 어떻게 치는 게 좋아요?", "이 공은 당점을 어떻게 줘야 하나요?" 제가 모르는 것을 상대방이 알고 있다면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당구장에서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쑥스러워서 못 물어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단순히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자기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본인이 알고 있는 방법대로 공을 치고, 잘 안 맞아도 다시 같은 방식으로 시도합니다. 옆에서 잘 치는 사람이 보기에는 조금만 바꾸면 훨씬 쉬워질 것 같은데도 말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제 방식이 있었습니다. 당구를 다시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예전 4구를 치면서 익혔던 감각을 그대로 가지고 3쿠션을 치려고 했습니다. 당점도 그렇고 스트로크도 그렇고 공을 바라보는 방법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3쿠션을 제대로 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금방 느꼈습니다. 그래서 잘 치는 사람에게 많이 물어봤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방법이 나오면 일단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직접 쳐봤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몇 년 동안 해오던 방식과 다른 방법을 갑자기 적용하려니 오히려 공이 더 안 맞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실력이 늘려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보다 내가 모르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요. 당구는 특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10번 쳐서 6번 맞히는 방법이 있다면, 8번 맞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한 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하지 않으면 그 기회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알려줘도 건성으로 들으면 결국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더 아쉬운 경우도 있습니다. 궁금한 것을 물어봤거나 옆에서 좋은 방법을 알려줘도 그때만 듣고 끝나는 경우입니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 치는 거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보면 예전과 똑같이 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누군가 좋은 방법을 알려주면 그 순간에는 분명히 이해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 앞에 서면 몸은 예전 방식대로 움직였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것을 배우면 일부러 반복해서 해보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안 맞습니다. 당연합니다. 몇 번 해보고 바로 실전에 써먹을 수 있다면 당구를 못 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어느 날 경기 중에 무심코 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내 것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당구장에서 아쉽게 느끼는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좋은 방법을 알려줘도 연습하지 않으면 결국 자기 몸에 익어 있는 원래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새로운 당점 하나를 배웠다면 그 당점으로 여러 번 쳐봐야 하고, 새로운 두께를 배웠다면 반복해서 경험해봐야 합니다. 한두 번 듣고 기억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당구는 결국 몸으로 하는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으로는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도 큐를 잡는 순간 예전 습관이 튀어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나도 배운 것을 연습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점수는 없었을 것이다
제가 지금 26점을 치고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잘 배웠던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당구를 다시 시작한 초기에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시스템을 알게 되면 당장 게임에서 사용해보고사용해 보고 싶었고, 잘 치는 사람이 알려주는 방법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배운 것을 제대로 연습하지 않았습니다. 게임에서 한두 번 사용해보고 잘 안되면 "나하고는 안 맞나 보다" 하고 다시 원래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히 안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생 해오던 방식도 아니고 처음 배운 방법인데 한두 번 해보고 잘 되기를 기대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을 조금 바꿨습니다. 배운 것을 바로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 보자.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당점이 익숙해지고,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배치가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씩 쌓이다 보니 예전에는 어렵게만 보였던 공이 조금씩 쉬워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모르는 것은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잘 치는 사람의 경기를 보면 유심히 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당구를 오래 치는 것과 당구 실력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오래 쳤다고 저절로 실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5년을 치는 사람과 매년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하나씩 고쳐가는 2년 차 사람의 실력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쳤느냐보다 얼마나 배우려고 했고, 배운 것을 얼마나 반복했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구장에서 저점자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것이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당구를 배우는 속도도 다르고 운동 감각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당구를 치면서 보고 느낀 바로는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공통적인 모습이 있었습니다. 자신보다 잘 치는 사람에게 배우려고 하기보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렵게 배운 것도 반복해서 연습하지 않으니 결국 자기 것이 되지 못합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당구를 다시 시작하면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모르면 물어보고, 틀리면 인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면 일단 해보고, 잘 안 되면 몇 번이고 반복했습니다. 그 과정이 쌓이면서 20점이었던 점수가 26점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모르는 것을 물어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질문하는 순간부터 실력 향상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당구 실력은 배운 만큼이 아니라,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든 만큼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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