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산과는 전혀 다르게 공이 움직이니 정말 당황스러웠다."
당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이라면 눈구나 공감하실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겪었던 일들을 적어보며 3쿠션 당구 시스템과 당구대와의 연관 관계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당구 시스템, 당구대가 망가지면 소용없다
제가 자주 다니는 진양당구클럽에 얼마 전 새로운 경기운영 프로그램인 큐스코를 설치하고 3쿠션 중고대대도 한 대 설치했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당구장에 갔습니다. 그동안 노후된 프로그램으로 스크린이 터치도 잘 안 됐었고, 음량도 작으며 리플레이 시스템도 없던 터라 게임 중 분쟁 발생 시 해결할 방법이 없었는데 새로운 프로그램은 그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었기에 기대를 한껏 품고 간 거였죠. 새로 설치한 중고대대도 비록 중고대대였지만 기존에 있던 3쿠션 당구대보다 더 새것 같이 보였습니다. 때마침 당구를 치러 온 동호인이 있어서 저는 게임 제안을 했고 당구를 쳤습니다. 처음 초구부터 길게 빠져서 잘못 쳤나 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당구대가 기존 당구대보다 길게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정을 조금 해줘야 될 것 같은 생각에 2~4포인트를 보정했지만 그것조차도 맞지 않기에 혼란스러웠습니다. 보통 당구대가 보정값이 아무리 크더라도 5포인트 이상이 넘어가지 않는 법인데 새로 설치한 중고대대는 5포인트 이상을 줘야 보정값이 어느 정도 맞는다는 것을 게임을 치며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건 3쿠션 빈쿠션을 칠 때였습니다. 10포인트를 보정해 줬지만 길게 빠져 득점이 되지 않아 스트로크 문제였나? 아니면 회전량 전달이 되지 않았나? 하는 자책을 했지만 몇 번의 빈쿠션을 치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0포인트 보정해도 또 빗나간 이유
3쿠션에서 파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은 빈쿠션을 치는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중에 하나입니다. 3쿠션 도착 지점에서 내 공의 출발값을 빼주면 1쿠션 값이 나오게 되고 그 1 쿠션 값의 지점을 치면 득점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파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을 칠 때 보통의 보정값들이 있는데 처음 중고대대에서 칠 때 그 보정값 그대로 쳤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공이 도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정값을 조금 더 주고 쳐봤지만 그조차도 길게 빠져 맞지 않기에 혼란스러웠습니다. 당구를 치다 보면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당구 실력에 포함되는 법입니다. 전 빠르게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처하고자 보정값을 더 주었지만 스트로크와 회전량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평소대로 치면 득점이 되어야 할 포지션의 공들이 맞지 않으니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자연스럽지 못한 스트로크와 회전량 또한 증가하여 득점에 실패하게 된 것입니다. 10포인트를 보정해도 맞지 않으니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득점이 되고 이 상황이 해결되는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차분하지 못하고 조금 급한 성격 탓에 자세와 샷은 흐트러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될 기미는커녕 더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게임을 치던 상대방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득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2게임을 이기고도 찜찜했던 이유
평소 당구 게임을 치면 보통 1시간 내로 게임이 끝이 납니다. 빠르면 40분이고 평균적으로 50분 내외에 한 경기가 끝나곤 합니다. 그런데 그날 첫 게임은 1시간 20분을 쳤습니다. 게임을 치던 둘 중 한 명이라도 잘 쳤다면 평소대로 끝났을 텐데 저와 마찬가지로 상대방 역시 중고대대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헤맸던 것입니다. 게임이 끝나고 쉬는 동안 한 게임을 더 쳐보자고 서로 합의하여 두 번째 게임을 치게 되었습니다. 첫 게임이야 그렇다 쳐도 두 번째 게임은 어느 정도 당구대 파악이 끝났다고 서로 판단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두 번째 게임을 치면서 느낀 건 첫 게임보다 더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길게 빠질걸 예상하고 조금 짧게 치면 터무니없이 짧아지고, 짧을 것 같아 길게 치려면 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게 빠지는 거였습니다. 당구를 치면서 이제껏 많은 경험들을 해봤지만 새로 설치한 중고대대에서 치는 동안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평균 애버는 말도 못 할 정도로 떨어졌고, 서로 붉으락푸르락하며 당구를 억지로 치는 모양새였습니다. 감으로 쳐도 안되고 정해진 시스템대로 쳐도 안되고 뭐를 해도 안되는 정말 말도 안되는 경기를 친 하루였습니다. 2경기를 모두 이겼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두 게임이 주었던 그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말도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중고대대가 기존 당구대 보다 깨끗해 보이고 새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어마무시한 함정이 있었다는 것을 두 게임을 치면서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감으로 치는 당구보다는 공의 포지션에 맞는 시스템을 적용해서 치는 것이 정확한 득점을 위해서 필요한 거다."
충분히 공감되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당구대마다 가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치는 것은 좋은 무기를 가지고도 사용법을 몰라 쓰지를 못하는 것과 같다는 말일 것입니다. 다음에 중고대대에서 칠 땐 그 두 게임이 주었던 배움을 토대로 평균 애버가 잘 나오도록 쳐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