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랑 칠 때만 신들린 듯 치고 다음 경기는 형편없네. 차라리 내가 올라갔더라면."
3쿠션 전국당구대회에 참가하면서 정말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분명 평소보다 나쁘지 않은 경기를 했는데, 상대가 유독 저와 경기할 때만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패배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기운영요원으로 다음 경기를 지켜보니, 저를 이긴 상대가 다음 경기에서 저와 치른 경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형편없이 지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당구에서는 이런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한 경기에서 유난히 잘 풀릴 수도 있고, 상대의 실수가 많아지면서 평소보다 좋은 애버리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그 상대에게 패하고 나서 다음 경기를 직접 지켜보니 아쉬운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3쿠션 전국당구대회 준비, 매일 퇴근 후 2~3게임
이번 전국당구대회를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꾸준히 연습했습니다. 3쿠션 전용대에서 본격적으로 당구를 시작한 지 1년 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처음 20점이었던 점수는 어느새 25점까지 올라왔습니다. 짧은 기간에 실력이 올라온 만큼 당구에 대한 욕심도 자연스럽게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공이 잘 맞으면 즐거운 정도였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왜 이 공을 놓쳤는지, 조금 더 좋은 선택은 없었는지를 생각하면서 치게 됐습니다. 대회를 앞두고는 퇴근 후 거의 매일 당구장에 들렀습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하루에 2~3게임 정도를 집중해서 쳤고, 주말에는 가능하면 5게임 이상 치려고 했습니다. 단순히 게임만 많이 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여러 시스템도 다시 공부했습니다. 공의 배치가 달라졌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같은 형태의 공이라도 회전과 두께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생각하면서 연습했습니다. 물론 연습한 만큼 실전에서 그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확인할 수 있었고, 적어도 준비 없이 대회에 나갔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512강 전국대회, 토. 일 모두 2라운드 탈락
이번 대회는 512명이 참가하는 전국 규모의 당구 동호인 대회였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나누어 진행됐고, 각각 256강부터 시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토요일 예선 1라운드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고 태백시에서 출전한 25점 선수와 매칭이 되었습니다. 일요일에도 1라운드 승리 후 2라운드에서 제천시에서 출전한 25점 선수와 매칭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2라운드 경기는 모두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대회를 준비했던 과정과 당시의 경기 내용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상당히 컸습니다. 특히 첫 번째 경기를 통과하고 나면 다음 경기에서는 조금 더 자신 있게 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연습하면서 만들어 놓았던 리듬을 실전에서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전국대회라는 무대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상대 선수들의 실력도 상당했고, 한두 개의 공을 놓치는 순간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결국 토요일도 2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일요일도 역시 같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같은 25점으로 출전했지만 이틀 모두 1라운드만 통과하고 끝났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대회를 치르면서 실전에서 제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한 수확이었습니다.
나랑 칠 때만 1점대 애버, 다음 경기는 형편없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경기 결과 자체보다 상대 선수의 경기력이었습니다. 저는 두 번의 경기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경기 애버리지가 0.7점대가 나왔습니다. 결코 만족스러운 애버리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너진 경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였습니다. 제가 상대했던 선수들이 유독 저와 경기할 때 1점대를 넘어서는 애버리지를 기록하면서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제가 아무리 따라가려고 해도 상대가 계속 좋은 공을 만들어내니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구를 오래 치다 보면 이런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됩니다. '오늘 왜 이렇게 잘 치지?' 상대방이 너무 잘 치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평소라면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공을 연속해서 성공시키고, 어려운 배치에서도 정확하게 득점을 이어가면 제가 뭘 해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더 아쉬웠던 것은 저를 이긴 상대의 다음 경기였습니다. 저는 경기운영요원으로 다음 경기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저와 경기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저와 칠 때는 신들린 듯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1점대 애버리지를 기록했던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는 득점이 쉽게 이어지지 않았고, 결국 형편없이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직접 봤습니다. 물론 이것을 가지고 상대가 운이 좋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구는 그날의 컨디션과 공의 배치, 경기 흐름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올라갔더라면 어땠을까?' 제가 그 경기에서 조금만 더 잘 쳤다면 다음 라운드에 올라갈 수도 있었고, 어쩌면 더 좋은 결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끝난 경기였습니다. 상대가 나와의 경기에서 잘 친 것 역시 그 선수의 실력이고,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것은 결국 제 실력입니다. 억울한 마음은 있었지만, 결국 당구에서는 제가 더 잘 쳐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결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8월 제천, 9월 지역대회 10월 전국대회 연속 신청
이번 대회가 끝나고 한동안은 '조금 쉬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회가 끝나고 나니 오히려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특히 저를 이긴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니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대회를 신청했습니다. 8월에는 제천대회에 출전하고, 9월에는 제가 사는 지역의 대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10월에는 다시 256강 규모의 전국대회에도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대회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그대로 남겨두지 않고, 다음 대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고 싶습니다. 억울했던 마음도 결국 당구장에서 다시 연습할 이유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