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를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18살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3쿠션 대대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4구 중대에서 당구를 쳤습니다. 우연히 당구를 잘 치는 분에게 배우게 되면서 어린 나이에도 4구 500점까지 실력을 올렸지만, 몇 년 동안 당구를 치다 보니 어느 순간 흥미를 잃었고 오랫동안 당구장을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2024년 11월, 집 근처에 있는 진양당구클럽에 가게 되면서 다시 당구 큐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예전에 치던 4구가 아니라 처음 접하는 3쿠션 대대였고, 오랜만에 당구를 치는 데다 대대 자체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공을 제대로 다루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계속 지다 보니 오기가 생겼고, 유튜브를 통해 당구 시스템을 하나씩 공부하기 시작한 저는 퇴근 후 당구장을 찾아 연습하고 게임을 병행하면서 조금씩 실력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느덧 26점이라는 점수까지 올라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국대회와 각종 체육대회에도 참가했고, 당구경기지도자 3급 자격증에도 도전해 합격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당구를 바라보는 생각 자체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공을 맞혀 득점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공격하기 전에 다음 상황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20년이 넘는 공백 뒤에 시작한 3쿠션
2024년 11월 진양당구클럽에서 처음 3쿠션 대대를 접했을 때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예전에 4구를 꽤 잘 쳤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느 정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4구와 3쿠션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실제로 공을 다루는 방법과 경기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대대에서 처음 3쿠션을 치다 보니 제가 생각한 방향과 실제 수구의 움직임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구장을 며칠 다니면서 주변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예전에 당구를 쳤던 경험이 있다면 대대 20점 정도를 놓고 게임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20점을 놓고 게임을 시작했지만 오랜 공백이 있었고 3쿠션 대대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 번번이 졌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감각만으로 공을 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당구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만 나면 당구장을 찾아 시스템을 연습했고 게임도 함께 병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숫자와 포인트를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니 조금씩 공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퇴근 후 한두 게임씩 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모르는 내용을 찾아 공부하면서 실력이 조금씩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당구장을 다닌 지 약 4개월이 되었을 때 23점으로 올려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처음 20점으로 시작했던 저는 23점으로 점수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2. 대회경험을 쌓으면서 당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당구 실력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게임뿐만 아니라 전국당구대회에도 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대회라는 것 자체가 낯설었지만 여러 경기에 참가하면서 평소 당구장에서 치는 게임과 대회에서 치는 경기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긴장감도 달랐고 한 점 한 점에 집중하는 정도도 달랐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전주에서 열린 전국당구대회에서는 4강까지 진출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24점으로 점수를 올리게 되었고, 이후 경기도 체육대회에서 제가 사는 지역을 대표해 출전하기도 했으며, 생활체육대축전에도 참가하면서 다양한 경기 경험을 쌓았습니다.
올해는 대한당구연맹에서 주관하는 당구경기지도자 3급 자격증에도 도전해 합격했습니다. 당구를 다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여러 대회에 참가하고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니 스스로도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6점이라는 점수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당구에서 점수가 올라간다는 것이 단순히 공을 더 잘 맞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20점으로 게임할 때는 눈앞에 있는 공을 어떻게든 성공시키려고 했습니다. 공을 조금 세게 치기도 했고, 어려운 배치가 나오면 일단 득점부터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점수가 올라갈수록 공을 치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현재 공의 포지션에 맞는 두께와 당점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스트로크가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격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 상대에게 어떤 공이 남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구를 잘 치는 것과 경기를 잘 운영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입니다.
3. 실력이 올라갈수록 어려운 공보다 좋은 선택을 생각하게 된다.
저점자로 게임할 때와 지금 26점으로 게임할 때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공을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예전에는 득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일단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공을 세게 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고, 자세가 불편하거나 두께를 맞히기 어려운 공도 어떻게든 성공시키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격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합니다. 현재 공의 포지션에서 내가 가장 안정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두께와 당점은 무엇인지, 스트로크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먼저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을 실패했을 때의 상황까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공격에 성공하면 득점할 수 있지만 실패했을 때 상대에게 좋은 포지션을 만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면 굳이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공이나 수구의 진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공이라면 조금 더 나은 선택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하게만 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구에서는 공격해야 하는 순간도 분명히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공격하거나 무조건 수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어려운 공을 포기하면 내가 공을 못 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위험한 공을 포기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다른 선택을 하는 것도 경기력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실력이 올라갈수록 공을 치는 기술뿐 아니라 어떤 공을 칠 것인지 선택하는 능력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무리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시작한 당구가 이렇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0점으로 시작해서 23점, 24점을 거쳐 지금은 26점까지 올라왔고, 전국대회와 각종 체육대회에도 참가하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무엇보다 당구를 다시 시작하면서 제 자신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득점 자체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득점 이후의 상황과 실패했을 때의 결과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구는 단순히 공을 맞히는 스포츠가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점수가 더 올라가더라도 어려운 공을 많이 성공시키는 것만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당구를 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입니다.